엄태창 대표
낭만의 7-80년대를 풍미하던 아름다운 선율은 여전히 기성세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서정적 감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1932년 한국 최초로 클래식기타를 제작했던 부친(故 엄상옥 님)이 작고하신 후 자신의 이름을 건 ‘엄태창 기타’를 제작, 최상의 퀄리티와 확고한 신념으로 현재까지 업계에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그는, 여느 예술인에게서 느낄 수 없는 담백함과 멋스러움을 동시에 발산하는 인물이었다.
세계적인 명기로의 발현
좋은 악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선율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정화 시킨다는 엄태창 대표. 그는 악기 제작자는 기술뿐만 아니라, 최고의 자재를 식별하고 사용함으로써 최상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훌륭한 악기를 만들기 위해 값진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그는 처음 악기를 제작했던 당시, 직접 유럽 시장을 오가며 좋은 자재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을 정도로 악기 제작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클래식 기타에 사용되는 나무는 최소 10년 이상 건조시킨 것이어야 하는데 세계적인 명기는 100년 이상 건조시킨 나무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Hauser기타의 3대에 걸쳐 축적된 제작 기술과 오랜 시간 비축된 나무를 따라갈 수 없었던 현실에 먹먹함을 느끼기도 했던 그는 최상의 자재를 구하지 못했던 한동안 작품전을 열지 않았을 정도로 최상의 품질을 고집했고 그것은 결국 지금의 ‘엄태창 기타’를 있게 했다. 기타는 대중적인 악기지만 생각만큼 쉬운 상대는 아니다. 엄 대표는 기타는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습도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섬세한 악기라며 어린 아이를 어르고 달래듯 세세하게 살피며 애정을 듬뿍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 년에 스무 벌 정도의 기타를 손수 제작하고 있는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 캐나다 등지로 ‘엄태창 기타’를 수출시키며 한국 제작 기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작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이른 반면 국산 악기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 그는 수입악기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 평가받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세계적 수준의 악기와 경쟁해 인정받으려는 노력으로 악기 제작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내 클래식 기타 제작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직접 제작한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회를 개최하며 국내 음악가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명 연주자들을 초빙해 완성도 높은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자신의 악기를 시연하며 더욱 더 좋은 악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가까운 미래, 자신이 직접 기타 제작에 관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기타 제작 아카데미 설립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보다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기술로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이라 약속한 엄태창 대표. 그의 노력이 한국 음악계에 새로운 혁신을 몰고 오리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좋은 악기를 만들기 위한 고집스러운 집념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